연주에.. 그리고 여러분께 반했습니다
연주를 하면서 나타나는 표정들에 동화되어 버렸지요.
음악에 취해 행복해하는 표정, 쑥스러워 하는 표정, 살짝 긴장한 표정, 그 시간 그 공간에서 우리 모두가 함께했던 감정들이 아닐까 싶어요.
인간은 결국 혼자인 존재라고 해도, 이 순간만큼은 함께한 이들이 모두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면 더 이상 바랄게 없겠죠.
제가 연주할때면 늘 저희 부모님이 객석에 함께 해주셨어요.
그리고 하시는 말씀이..
네가 무대에 있으면 편안하게 음악을 들을수가 없어.
잘할까 틀리지는 않을까, 조마조마해서 너만 바라보게 된다고..
제 실력이 부족해서겠거니 했었는데..
제가 어제 그게 무언지 알았어요.
그리고 그건 실력과 상관없이 느끼는 가족애(?)라고 할까요.
분명히 잘 할거고, 잘 하고 있는데도, 왜 그렇게 불안한지..
연주를 못해서도, 여러분을 못믿어서도 아니었어요.
같이 흘린 땀방울이 최선의 결실을 맺길 바라는 마음이라 해야 할까요? 그게 참.. 뭐라 표현하긴 어렵지만, 제가 마치 무대에 있는 것처럼 같이 호흡하고 있는 듯 했어요.
(근데 전 무대에서 덜 떨리는데 ㅋㅋ)
곡 선정도, 음악회 구성도 너무 좋아서, 이번 연주회의 제목에 딱 맞는 훌륭한 시간이었고, 그 안에 있던 저는 정말 행복했어요.
한 겨울밤, 어느 작은 공간에서, 내 마음이 살아있다는 걸 확인 할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.
넷뮤즈에서 저 말고 협연했던 사람이 그동안 종헌오빠밖에 없었던가요.
그래서 그 협연이란 것이 저에겐 더 신선했어요.
세계 거장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만한 은아언니의 표정..
그건 과장된 표정이 아니라, 아마추어로서 자기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면서, 또한 충분히 자신이 그 음악에 빠져들어있는 정말 아름다운 표정이었어요.
물론 제가 정말 좋아하는 그 곡에 또 한번 매료 될 수 있었구요.
종헌오빠의 그 "브라보~!" 소리 들으셨죠? ^^
넷뮤즈에는 워낙 멀티 플레이어와 만능 엔터테이너가 많으시지만,
이번 연주회에가 가장 큰 역할을 해 내신 분이 지휘자 님이시겠죠?
언젠가 바이올린 협연을 하면서 오케스트라 지휘도 하는 연주자를 본 적이 있어요. (좀 오래되서 누구였는지는 가물가물..)
그 이후에 처음보는 지휘 겸 연주였어요. 정말 인상적이었답니다.
지휘자에게 배워가며 겨우 협연이란걸 해내던 저와 달리, 너무나도 훌륭한 연주를 해내며 피아노 위에서 지휘까지 하던 그 모습이, 저에겐 부러움도 아닌 신기함의 대상이 되셨지요.
부러워 하기엔 너무 큰... 후훗..
뿐만 아니라 음악회를 구성하고, 편곡하고, 지휘하고 연주해서, 여러사람들에게 이렇게 행복한 저녁시간을 선물했으니, 얼마나 큰 일을 해내신건지..
여러분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보고 어제저녁의 행복을 다시한번 느끼고 싶네요. 그런데 그러다가 실수로 빼먹으면 그 누군가가 삐지실까봐 생략 ㅋㅋㅋ
애쓰신 여러분들, 주말 푹 쉬시고, 행복한 연말 보내세요
모두 사랑합니다..
추신.
연말에 공짜 연주회를 원하시는데 갈데가 없으신 분들을 위하여..
저 연주회 합니다. ㅋㅋ
시간되심 구경오세요. 이 곳도 제 대학생활을 바친 동아리지요.
OB와 YB가 함께하는 20주년 기념 연주회에요.
연세대학교 음악동아리 FM 20주년 기념연주회
12월 29일 토요일 4시.
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대강당