어제 법렬님이 연주한 산타 첼로의 Lullaby와 재환님의 “타이스의 명상곡”을
들었습니다.관객은 우리모두 8명! “타이스의 명상곡”은 저의생일선물이라는 군
요. 단 한번의 연주로 사라지는 퍼포먼스로 생일선물을 받는 영광을 준 지휘자
님께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.
모든 연습이 끝나면 각자 집으로 가기 전에 요즘은 즐거움이 하나 더 늘었습니
다. 피아노 앞으로는 소라님이 반주라로 나가고 작은 무대에는 법렬님이 앉았
죠. 돌아가면서
서로 연주를 하고 들어주는 기쁨은 우리들만의 만찬 같았습니다. 이 보다
더 작은 연주회는 없겠지만, 이렇게 음악을 우리 스스로 연주하고 또 우리 스스
로를 위해 즐기는 순간들도 없을 겁니다. 오래 전 먼 옛날에 귀족들이나 누리
던 호사를 우리는 누렸습니다. 스스로가 연주자가 되고, 또 스스로는 관객
이 되어 무대 밑에서 그리고 무대 위에서의 순간들을 가졌죠.
산타 첼로의 Lullaby! 언제 들어도 가슴 저미는 저음인 철음들의 무게를 가졌
고, 저민 가슴 뒤로 훑고 지나가서는 피아노반주는 푸른 벌판 위에 달리다가
선 소년/소녀 같은 가벼움이 있습니다! 왜 이 곡이 자장가인지 나는 아직 그 이
유를 모르겠습니다. 이 곡을 듣고 있으면 잠이 안 오고 오히려 깹니다. 이 배반
적인 곡을 왜 자장가라 했을까? 자고 싶은데 잘 수 없게 만드는 곡을 차라리
Lullaby라 해서 마음의 평안을 갈구 한 것은 아닐까 하는 배반적인 생각도 들
었습니다.
두 번째 재환님의 “타이스의 명상곡”, 내가 좀 더 어렵고 도전적인 곡을 택하
지 않고 굳이 이 곡을 연주해달라는 부탁의 이유는 이러합니다. 다른 좀 유명
한 곡은 시간이 있으면 어느 콘서트장소에서 연주로 만나게 되겠지만 타이스
의 명상곡은 이런 무대가 아니면 어디에서도 직접연주를 듣기 어렵기 때문입니
다. 취미로 바이올린을 시작하고 나면 보통 타이스의 명상곡이 일단 목표가 되
는데 전문연주자에게는 어렵지 않겠지만 아마추어에겐 “좋은 소리”를 내기에
는 좀 어려운 곡이죠.(특히 어제 재환님의 하모닉스Hamonics 테크닉은 새로
운 맛이었습니다) 좌우튼 생일 선물을 손으로 만질 수도 없고 양도도 할 수도
없는 이 연주를 받은 사람은 행운 아닌가요? 바이올린을 잡은 긴 팔 사이로 퍼
져 나오는 소리는 시원함을 더하여 주었고, 명상곡만큼이나 밤을 활같이 누이
고 또 세워 놓고는 명상의 격자창으로 달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. 이 만큼의 호
사가 또 있을까요?
아! 다음주에는 누가 이 호사를 줄 것인가?
그건 바로 우리 스스로가 아닌가요...